자유론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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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의 모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두번째 장에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다룬다. 이 장에서 저자는 자신의 의견 또는 사회의 주류 의견이 아무리 좋고 다수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무오류성을 전제하는 것은 되려 해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다른 의견의 표명을 억눌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어떠한 의견이라도 오류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반대되는 의견을 유해하다고 판단하고 금해버리면 자신의 잘못을 정정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없애는 것과 같다. 반대 의견이 일말의 진리를 품고 있든 아니든, 그 의견을 주장하는 이와의 토론을 통해 스스로의 주장을 점검하고 진리에 좀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사상과 언론의 자유에서 말하는 요지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이러한 주장은 두 가지 지점에서 모순을 가진다. 이 주장에 내재된 논리에 따라 이 자체도 오류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 중 하나이고, 이 주장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다른 주장 - 즉 어떤 의견은 무오류일 수 있고 그에 반대하는 의견은 억눌러야 한다는 주장 - 조차 존중해야 하는 것이 또다른 하나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이 옳고 자신과 다른 의견은 묵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거기에 더해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막강한 권력자이고, 심지어 이 권력자에게는 상당수의 지지자가 있어 소수의견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불행하게도 이러한 가정은 사고실험에서만의 일이 아니라 현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조차 이러한 권력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정상적인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되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만약 이 권력자가 초헌법적인 권력 행사를 했다면 - 전시가 아님에도 계엄을 선포한다던가 - 오히려 문제는 단순하다. 탄핵 등 헌법에 마련된 안전 장치를 통해 그를 물러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권력자의 횡포가 아슬아슬하게 헌법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자유론에 따르면 이러한 세력이 토론을 제한하고 자신들이 무조건 옳다며 상대를 억압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무오류성을 전제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상대에게도 일말의 진리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물론 자유론에서 주장하는 바가 너도 맞고 나도 맞는 황희 정승의 대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의견을 제한하는 권력 행사에 대해 단호하게 그것만큼은 오류이고 사상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주장만큼은 무오류성을 갖는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자유론이 서있을 토대는 어디인가?
즉 자유론의 한계는 모든 주장에 대해 무오류성을 전제하면 안된다고 주장함에 따라, 그 주장 자체도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함에 다름이 없다는 데 있다. 하나의 논리 체계는 끝까지 파고들면 이것만큼은 진리라고 전제해야 하는 공리를 필요로 한다. 가장 엄정한 논리를 요구하는 수학에서조차 몇 가지의 공리를 모든 이론의 기초로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하고자 하는 주장은 명확하지만, 그 주장의 공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점에서 불안정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사상과 언론의 자유는 무오류의 절대적 가치이다" 라고 했을 때 이 주장 자체의 위험성은 없는가 역시 생각해 볼 부분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후의 과제로 남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