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는 해가 지지 않았더랜다
해는 얼굴이 흰 여인을 연모했지만 여인은 눈부신 해가 싫었지
해의 구애에 여인은 조건을 걸었어 세상을 황금으로 덮는다면 그대를 받아들이겠노라고
해는 그러겠다 약조했지만 밝게 비추는 일 외에 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더랜다
시름에 젖은 그에게 그림자가 찾아와 방법을 알려주겠다 속삭였어
여인과 함께 해를 피해 늘 숨기만 하던 그 그림자가...
해는 그림자의 말을 따라 하늘에서 내려와 산등성이에 걸릴 듯 내려와
스스로를 부수어 힘껏 흩뿌렸어 곱게 갈린 주홍빛 가루로 세상에 황금을 입히듯
그리고는 힘이 다해 산넘어 저편으로 떨어져버렸지
해 없는 세상, 그림자는 하늘에 올라 밤이 되었고
얼굴이 흰 그 여인은 밤에 안겨 달이 되었어
시간이 지나 간신히 해가 다시 떠올랐지만 여인을 찾을 수 없었고
매일매일 또다시 몸을 부수어 석양을 뿌리고 있는거란다
